[하이엔드인사이트] 변방의 품격, 잘츠부르크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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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츠부르크는 오스트리아 중북부에 위치한 변방입니다. 


빈이나 뮌헨 등의 대도시에 비하면 규모나 여러 조건들이 열악합니다. 주변 큰 도시들에는 오페라 극장도 수없이 많으며 오페라뿐 아니라 미술관·박물관·맛집 등 보고 듣고, 먹고, 즐길거리가 넘쳐납니다. 

하지만 오페라 공연 쪽으로 국한해보면 상황이 좀 달라집니다. 클래식 공연 분야에서는 잘츠부르크가 독보적 위치를 자랑합니다. 

모짜르트의 고향인 잘츠부르크는 변방이라는 핸디캡을 딛고 천재작곡가 ‘모짜르트’라는 모티브 하나에서 출발지휘자 ‘카라얀’이라는 키워드를 디딤돌 삼아, 오늘날 세계 최대 클래식 뮤직 페스티벌인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을 우뚝 세워 세계 최고의 클래식 음악 도시로 도약했습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1920년 3명의 선각자; 극작가 ‘후고 폰 호프만슈탈’ (Hugo Von Hofmannsthal), 연출가 ‘막스 라인하르트’ (Max Reinhardt),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Richard Strauss) 의해 탄생했습니다. 관계자들은 오스트리아에서도 변방, 잘츠부르크에 어떤 색채를 입힐까 고민하다가 오페라 축제를 생각해냈습니다. 



귀족들을 위한 음악축제가 아니냐는 오해가 있지만 이 페스티벌이 처음으로 데뷔한 작품은 ‘예더만’ 즉 ‘보통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수준은 하이엔드 급이지만 보통사람을 향해있는 것, 이것이 진정한 하이엔드의 경지가 아닐까 합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을 단순히 공연 축제라 생각하면 큰 착각입니다. 정신·문화적으로 유럽 철학과 인문학의 집결체입니다. 



이를 두고 ‘프랑수와 모리아크’(François Mauriac)는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게르만주의와 라틴주의가 황홀하게 만나 키스하는 곳”, 

또 철학자 니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음악이란 모든 예술 중 가장 마지막에 피는 꽃, 문화가 시들 무렵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이런 발언들을 살펴볼 때, 페스티벌을 썩 잘 표현한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변방의 소도시인 잘츠부르크는 장점을 극대화한 강력한 하이엔드 전략으로 성공한 도시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는 보통 25만 여명의 관객이 몰리는데 오는 2020년 100주년을 맞이하여 사상 최고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을 상징하는 두 사람은 모두에게 이야기한 모짜르트와 카라얀(Herbert von Karajan)입니다. 



세기의 음악가와 전설의 지휘자인 이들의 고향 잘츠부르크는 이 유산을 잘 수집·가공하여 전 세계 팬들을 불러모으는 매력적인 클래식 페스티벌을 만들어 냈습니다. 최근 한국의 클래식 팬들도 뜨거운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며 참여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이제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기간 거리에서는 심심찮게 한국말을 듣게 됩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는 투자하는 예산도 엄청납니다. 독일 브레겐츠 호수에서 공연하는 브레겐츠 페스티벌이 한 작품에 270억 가량의 거금을 올인한다면,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오페라, 연극, 콘서트 등 다양한 공연에 770억 가량을 분산 투자합니다. 이렇듯 잘츠부르크는 어마어마한 예산을 투입하지만 순수 티켓판매로만 380억 가량의 수입으로 총 예산의 반 이상을 채우는 것도 대단합니다. 나머지 금액은 기업체·개인 등, 정부의 후원금으로 충당합니다. 또한 몰려오는 구름 떼처럼, 전세계 각지에서 온 클래식 팬들 역시 기꺼이 협찬합니다. 이를 기반으로 잘츠부르크는 홍보효과를 알짜배기로 톡톡히 누리고 있습니다.


세계의 많은 도시들이 잘츠부르크를 부러워하여 수많은 오페라 극장을 설립(혹은 설립하려다가)했지만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이들이 실패한 요인으로는 4가지 정도로 추릴 수 있습니다.



이 페스티벌의 백사이드는 첨단기술의 총집합체입니다. 오페라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보통 우리가 보는 무대는 하나입니다. 하지만 사실 실제 무대는 5개나 됩니다. 양 옆으로 2개, 위 아래로 2개, 그리고 예비무대도 준비되어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80여명의 조명담당자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2019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개막작이자, 최고의 화제작이었던 ‘이도메네오’(모짜르트의 *오페라세리아)를 보면 이제 그들의 타겟은 순수 클래식애호가를 넘어 전세계의 잠재고객들을 향한 강렬한 프로포즈가 느껴집니다.


"클래식계 구원자이자 이단아, 쿠렌치스"



클래식음악계의 구원자이자 이단아, 그리스 출신의 '쿠렌치스’(Teodor currentzis)가 지휘를 맡고, 연출은 파격적인 존재로 유명한 미국의 ‘피터 셀라스’(Peter Sellars)가 맡았습니다. 무언가 심상치 않은 느낌이 있었는데 역시 맞았습니다. 연출을 맡은 셀라스는 이번 ‘이도메데오’ 스토리에 거세지는 이슈인 난민문제와 이상기후변화문제를 얹었습니다. 벌써부터 범상치 않은데요, 또 특이하게도 ‘이도메네오’ 역에 흑인 러셀 토마스, 히로인 ‘일리아’ 역으로는 중국인 ‘잉팡’, 그리고 피날레는 인도네시아, 뉴질랜드 등의 소수 토착민의 전통 춤으로 장식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대개 백인중심적이었던 오페라 종목에서 다문화 인종들이 엔딩크레딧에서 그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전통의복을 입고 나와 춤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이런 변화에 작은 반발도 있었습니다. 이도메네오 공연이 끝나자 유럽 귀족층으로 보이는 관객들은 야유를 보내며 심지어 연출가가 인사를 하는 중에 무례하게 퇴장을 하며 무언의 항의를 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백인중심이었던 이도메네오가 전세계인의 오페라가 되었습니다. 클래식 페스티벌에서 주를 이루던 유럽의 비중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제 소수의 클래식애호가를 넘어 전지구적으로, 또 일반 대중들에게 그 매력을 어필하고자 하는 강한 의욕이 보였습니다. 



글로벌화 되가는 세계를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문화를 인정하지 않으면 클래식 시장은 도태위기에 놓이게 될 것입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예시로 세계로 뻗기 위해 필사적으로 다양성을 추구하는 노력을 살펴보았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점차 세계화돼가는 시장의 하이엔드 경향을 엿보고 한 발 더 앞서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