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게릴라들의 시대, 막스버거 (MAX burger)

"광장을 지나 거리를 걷다 윈도우에 비친 모습을
보고 서 있었다. 마지막이네."


스톡홀름 거리

오슬로와 코펜하겐을 거쳐 여행의 끝 언저리인 스톡홀름 거리에 서 있었다. 겨울 바람이 휙하니 몸을 어루만지고 지나갈 때 예전의 기억 하나가 소환됐다해남의 땅끝마을에 갔을때 이런 바람을 맞았던 것을 기억한다땅끝 주유소였고 그곳에서 기름을 넣으면서 차 밖으로 나와있었다주유를 하는 다른 차는 없었고 지나가는 차도 없었다파란 색 간판이 더 파랗게 느껴지는 몽환적인 느낌속에 있었다문득 주유구에 꽂혀 있는 기름호스를 보면서 땅끝 주유소라는 간판을 다시 한번 읽었다.

땅끝이라며, 마지막이라며
왜 기름을 넣고 있는거지? 그것도 '가득'말이지.

그때 바람이 불었다. 몸을 한번 휙 감싼 바람은 하늘 높이 올라갔다.

끝이되 끝이 아니다. 끝은 시작보다 오래된 이름이다.
그래서 시작보다 더 설레는 이름이다.

그 땅끝 여행의 마지막에서 가슴이 더 뛰는 것을 느꼈다. 스톡홀름의 거리에서 그때처럼 가슴이 뛰었고 이상하게 배가 고파졌다. 건너편에 맥도날드 매장이 보였고 거리 하나를 두고 맥도날드와 경쟁을 벌이는 것 같은 버거 브랜드가 있어 무작정 들어갔다. 처음엔 로컬 버거집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의외로 깔끔하고 규모가 컸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에게서도 뭔가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햄버거 하나를 시켜서 거리에 지나가는 자전거를 보면서 한입 베어물었다. 첫 한입에 탁월한 선택이였다는걸 느낄 수 있었다.

스톡홀름의 Max 버거 매장
 

막스의 버거는 여느 패스트푸드 버거집들과 두가지 측면에서 차이가 났다. 하나는 야채가 싱싱하고 아삭거린다는 느낌. 그리고 패티가 어딘가 다르다. 버거킹이 소고기 순살이라는 느낌이 들고 롯데리아 맥도날드 등이 탱탱한 탄성이 느껴진다면 맥스버거의 패티는 중간에 위치한 느낌이며 뭔가 자연스럽다는 느낌이다. 꾸미지 않았지만 듬직한 핀란드 청년같은 느낌이다. 막스(Max)는 북유럽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햄버거 프랜차이즈다. 영어로는 맥스지만 현지에서는 막스라고 읽는다. 막스(MAX)는 현지에서 맥도날드보다 더 유명하고 사람도 많다. 그리고 이들이 파는 햄버거는 맥도날드보다 비싸다.

막스 버거

막스의 햄버거는 맥도날드 같은 곳에 비해 빵이 훨씬 더 찰지고 맛있다제품의 본질적인 이유도 있지만 또 다른 특성이 있다. 대부분의 맥도날드 같은 프랜차이즈는 제품의 옆에 칼로리를 표기한다하지만 막스는 다르다이들은 칼로리 대신탄소발생량을 표시한다. 그것이 훨씬 더 지속가능하기 때문일까주관적인 평이지만 맥도날드에 가는 사람과 막스에 가는 사람들은 다르다막스의 소비자들은 훨씬 더 환경지향적이며 세련된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한다.


막스는 ‘바나나전쟁’으로 유명세를 탔다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다바나나로 유명한 돌(Dole)사의 니카라과 공장의 비윤리적인 운영을 다룬 스웨덴 다큐멘터리 ‘바나나스’가 LA영화제 경쟁작 부문에 진출했다돌의 니카라과 농장이 제초제 과다살포로 불임호르몬 교란 등이 속출하지만 노동자들은 전혀 보상조차 받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이라는 것을 고발하는 내용이었다. Dole사는 자신들의 영향력을 통해 전방위적인 압박을 넣어 영화제작자인 프레드릭 게르텐(Fredrik Gertten)을 사면초가의 상황까지 몰아넣었다.
영화이야기는 이렇게 끝나는가 싶었다하지만 반격은 전혀 다른 곳에서 시작되었다.
이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막스의 열혈팬이 막스의 CEO에게 편지를 보낸 것이다비윤리적 기업 Dole의 바나나를 막스에서 파는 것은 막스의 철학에 맞지 않다고 항의하는 내용이었다막스는 Dole본사에 메일을 보냈으나 답이 없었고 이에 돌바나나 판매 중단을 선언한다. 스웨덴 신문에는 막스가 Dole을 보이콧했다라는 톱헤드라인이 실렸고 스웨덴 전역으로 돌 바나나의 불매운동이 퍼져나갔다. 결국 돌은 백기를 들었고, 영화 바나나스에 대한 모든 소송을 철회했다.

막스버거의 'Dole보이콧'을 보도한 기사


언젠가 한 정부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눌때모든 한국의 시장거리에 똑같은 마트와 프랜차이즈 음식점이 들어선다는 것은 그 지역상권에 오히려 재앙이 될 것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대기업이 싫어서가 아니라 진정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소소한 골목의 이야기이웃같은 브랜드엄마처럼누나언니처럼 포근한 감성이 살이 있는 장소들이다이웃들의 작은 이야기가 죽으면 골목은 그저 거대한 콘크리트일 뿐이다

모두가 토종브랜드의  종말을 이야기하고대기업들이 모든 것을 가져가는 세기말적 재앙을 이야기할 때 오히려 그것은 끝이 아닐 수 있다작고 골목에 있을지라도 강력한 아이덴터티를 가지고 있다면 충분히 거인들을 따돌릴 수 있다.  북유럽에서 확인할 수 있는 분명한 트랜드는 강력한 로컬 브랜드들이 자신만의 무기로 파상 공격을 펴는 '로컬 게릴라들의 시대'가 그 반격이 서막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