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판매가 아니라 즐거움을 주는 샵이 필요하다

베토벤은 오늘날 클래식의 기반을 닦은 천재음악가다. 하지만 이 천재조차 자신의 어떤 작품이 힛트칠지는 정확히 맞추지 못했다. 생전에 자신이 가장 아낀다고 한 교향곡, 소나타, 4중주는 후세에서는 그다지 인기가 없었다. 녹음 수로 보면 그가 하찮게 생각했던 작품이 훨씬 더 인기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 

클래식 최고의 천재도 '확증편향'이란 문제를 피해가지 못한 것이다. '확증편향'이란 어떠한 현상을 확실하다 믿고 편협하게 판단하는 성향을 말한다. 이런 문제가 오늘날 사라지고 있는 오프라인 샵을 둘러싼 인식에서도 나타나는 듯하다. 

백화점, 길거리의 수많은 샵들이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그저 사라져 가고 있다. 이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오프라인 샵들이 끝났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확증편향이다. 

2019년 미국리테일업계에서는 단 1년 동안 무려 9300개의 샵이 문을 닫았다는 발표가 있었다. 문을 연 샵은 4454개 였으니 무려 두배나 가깝게 문을 닫은 셈이다. 정말 소비자들은 샵이 필요하지 않는 것일까?

하지만 이것은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샵은 결코 없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샵의 르네상스가 펼쳐지고 있다는 반대 증거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그것은 매장의 정체가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판매 측면에서 보면  그동안 물건을 팔기위해, 창고를 겸했던 매장들이 정리되고 있는 것이라고 보는 편이 훨씬 현실적이다. 

앞으로 생길 샵들의 주인은 오프라인에 목을 매는 전통 오프라인 기업이 아니다. 데이터를 가지고 고객의 일거수 일투족에 관심을 보이는 '온라인 네이티브 브랜드'일 것이다. 즉 온라인아이큐가 높은 온라인 브랜드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더 성공적으로 경영할 것이라는 것이 정확한 팩트다. 현상은 같지만 관점과 처지가 완전히 다르다. 온라인 브랜드들은 이미 온라인에서 수익을 올리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에 오프라인 샵을 홍보나 전략적 의미로 본다. 오프라인 입장에서는 비용이 더 커보이지만 , 온라인 업체로서는 쇼케이스가 벌어지는 파티장이다. 따라서 샵에서 굳이 팔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온라인 브랜드는 이미 데이터를 가지고 시작한다. 따라서 상품 DP방식이나, MD (상품구성)가 빅데이터에서 이미 소비자의 기호를 읽고 시작한다. 이겨놓고 전쟁을 시작하는 셈이다.

< 그로시에 뉴욕 쇼룸 --> 이미지 클릭시 해당 유투브 이동 > 


이전까지 샵은 판매를 위한 정확히 말하면 메이커를 위한 곳이었다. 상품이 쌓여있고, 물건을 사고 돈을 내는 것이 샵의 목적이었다. 이런 시스템에서는 고객은 좀 심하게 말하면 돈을 내는 존재일 뿐이다. 이렇게 말하면 사실 누구도 유쾌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샵의 목적이 변하고 있다. 지금 없어지고 있는 매장은 바로 메이커와 판매자를 위한 '판매 장소로서의 샵'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인스타에 올릴만샵스타그램형, 놀이터용 샵이다. 들어가서 물건을 사지 않아도 그냥 재밌게 떠들다가만 가도 되는 부담없는 샵이다. 즉 정리를 해보면, 재미있지도 않는 판매장에 굳이 소비자가 가야할 이유가 없다. 지금 없어지고 있는 것은 고객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판매가 목적이 되는 잘못된 목적의 샵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재미있고 예쁘고 무언가 체험해볼만한 곳들에는 사람들이 넘치며 그런 샵들을 기다리는 소비자들은 얼마든지 있다. 

향후 소비자들에게 샾을 방문하느냐 사랑받느냐는 다음의 두가지요소가 매우 중요해질 것이다.

첫번째, 가장 좋은 위치, 핫 플레이스의 샵들이 전성기를 구가할 것이다. 온라인 브랜드들은 빅데이터를 통해 뜨는 핫플레이스를 정확히 알고 있다. 자신들의 고객이 좋아하는 곳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이다. 앞서 9300여개이 샵이 없어졌다고 하는 미국에서, 뉴욕의 소호지역에는 2023년까지 이 지역에만 최소한 850개 이상의 샾이 새로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전역으로 지역비율로 곱해보면 거의 없어지는 샵만큼 생긴다고 보는 게 맞다. 고객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지역에 정확히 찾아와주는 샵들에 무한한 애정을 보낼 것이다. 

두번째, 인스타그램형 스토어들이 대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토어의 목적은 얼마나 좋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는가가 될 것이다. 물론 그렇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인스타에 오르면서 화제가 되고 고객들의 지자와 사랑을 받는 가게는 절로 사람이 모이고 상품이 팔리게 될 것이다. 특히 하이엔드브랜드들에게 있어서 이런 지지를 받는 것은 생사를 좌우하게 될것이다. 팬덤이 없는 하이엔드 브랜드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블로그에서 출발해 뷰티분야 유니콘(1조가치 기업)으로 등극한 그로시에(Glossier)는 가장 온라인 및 SNS에 채널에서 가장 강력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기로 유명하다. 이런 그로시에가 역설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래전략이 바로 오프라인 샵이다. 이미 2018년 뉴욕에 플래그 샵을 열었고, 2020년에 런던이 팝업 매장을 열었다. 아주 면밀한 조사를 통해 장소를 선정한 것으로알려져 있다. 뉴욕 플래그 샵의 인테리어 역시 자사의  Glossier’s rose-tinted 웹사이트 이미지에 서 따왔고 쇼셜미디어에 자주 올라오는 feed에서 영감을 얻어 인테리어를 배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 브랜드 다운 접근법이다. 

온라인 전용 안경 브랜드 와비파커(Warby Parker) 역시 플래그샵에 힘을 쏟고 있다. 그들의 플래그 샵에는 그린스크린이 있다. 방문자들은 이 그린스크린에서 자신들의 원하는 배경으로 영상을 찍어서 sns에 올릴 수 있다. 


< 와비파커 제작 영상 --> 이미지 클릭시 해당 유투브 이동 > 


매트리스 브랜드 캐스퍼는 뉴욕에 자신들의 낮잠 플래그샵을 열었다. 25달러를 내고 45분간 잠을 잘 수 있다. 온라인 브랜드로서 하이엔드적 가치부각의 포인트를 낮잠 카페에서 찾은 것이다. 비록 45분이지만 시설은 호텔부럽지 않게 쾌적하다. 깨끗한 시트, 파자마, 프리미엄 스킨케어 제품까지 구비되어 있으며 잠이 잘오는 음악도 들으면서 그야말로 꿈같은 낮잠에 빠져들수 있다. 




< 캐스퍼 그린룸 홍보 Commercial - 와비파커 고객들이 캐스퍼 스토어 내 그린 룸에서 찍어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임 > 


성공의 교향곡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조화속에 온다. 사람은 정신과 육체가 같이 있는 존재다. 하이엔드브랜드가 반드시 온라인과 더불어 오프라인 전략을 협주하면서 고객의 귀에 세레나데를 속삭여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