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왕가에서 단체 주문하는 우산, ‘파소티’

사우디아라비아의 왕가에서 단체 주문하는 우산, ‘파소티’ 

인구가 5천명밖에 안되는이탈리아의 작은 마을,동화에나 나올 법한 작은 공방에서 한 부부가 우산을 만들어 팔았다.이 부부는스쿠터와 자전거로 직접 우산을 배달하러 다닐 만큼 열성적이어서 회사는 무럭무럭 성장했고, 이탈리아에서도 손꼽히는 우산 브랜드로 자리매 김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아시아에서 만들어진 저가 우산이 밀어 닥치면서 위기가 시작되었다. 오랜 고객들마저 저가 우산을 사서 쓰는 바람에 회사는 점점 어려워졌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이 우산회 사는 가족의 전부였고, 이 마을의 대표 상품이었기 때문이다. 그때 회사를 이어 받은 부부의 딸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며 우산을 새롭게 만들어 팔기시작한다.그리고 오늘날 이 공방이 만든 우산은 한 개에 수십만 원에 달하는 가격으로 세계로 팔려나간다. 

세계 최고급 우산 브랜드 ‘파소티’ 이야기다. 


파소티는 1956년 이탈리아의 작은 동네 카스텔루초에서 시작한 우산 제조 메이커다. 

처음엔 내수 시장을 대상으로 탄탄한 수요를 자랑하며 승승장구했지만, 중국산 저가 우산이 수입되면서 사업이 갑자 기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파소티는 가격을 첫손가락에 꼽는 고객들의 모습을 보면서도 고객을 탓하기보다 자신들이 뭔가 잘못했다는 결론 에 이르렀다. 자신들의 우산을 사랑해주는 고객만 믿고, 고만고만한 품질의 제품을 관성적으로 내놓는 동안 고객들이 조금씩 변심하고 있 음을 깨닫지 못했다는 반성이었다. 

풍전등화의 위기 앞에서 파소티는 우산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우산을 포기해야 하나, 아니라면 우리만의 우산을 어떻게 어필하지?’ 그들은 기본적인 정의부터 새롭게 접근하기로 했 다. 당시에는 우산이 비를 막아준다는 일차적인 효용만 부각돼 있었 다.태양이작열하는이탈리아에서비올때만쓰는우산은투자대비 사용시간이 짧았다. 

이에 파소티는 우산은 비를 막아주는 도구일 뿐 아니라 패션 아이템이기도 하다고 정의했다. 

우산이 옷처럼 당신을 표현하는 수단이라고 접근해야, 고객의 사용시간도 늘리고 저가 수입 우산들과 차별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우산이 말 그대로 비를 막는 데만 쓰인다면 튼튼하고 견고한 제품으로 충분하겠지만, 패션 아이템이라면 문제가 좀 달라진다. 패브 릭이 좋아야 하고, 디자인 또한 뛰어나야 한다. 실제 우산을 가지고 다녀보면알수있듯,우산을펴서비를막는시간은극히짧고접어서 가지고다니는시간이훨씬길다.우산이단순히비를막는도구를넘 어패션아이템이될수있는것은바로이런이유때문이다. 파소티는 손잡이, 우산 패브릭, 우산대, 우산 링까지 다양한 매력 포인트를 부 각시켰다. 소비자들은 파소티의 변신을 보면서 그제야 우산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가격이 아니라 디자인이며, 우산이 자신을 표현하는 패션 아이템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깨달았다. 

흔히 우리는 역경 없는 세상을 꿈꾸기도 한다.하지만 성장의역사를 보면 반드시 역경의 파도를 타고서야큰 세계로 나갔음을 알 수 있다. 영화<폭풍속으로>의엔딩에서는50년만에한번온다는거대 한파도를찾아바다로나가는서퍼의모습이나온다.아마도큰사업 을 꿈꾸는 사업가에게, 역경이란 서퍼들이 바라는 이 큰 파도와 같은 존재가 아닐까. 파소티도 그랬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왕가에서 파소티 의 우산을 단체 주문하고 팝스타 리한나와 제니퍼 로페즈가 그들의 뮤 직비디오에 사용할 정도로 사랑받는 브랜드가 된 파소티, 만약 중국산 의공세로인한위기가없었다면파소티는인구 5천명의 마을에 머물러 그저 그런 브랜드로 남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파소티는 저가 공 세에 맞서 회사를 효율화하면서 그들만의 장점 찾기에 골몰했고, 심미 성을 바탕으로 우산에서 지팡이, 파라솔 등 연관 영역까지 확대하며 최고급 우산 브랜드의 이미지를 강화해 나갔다. 

또한 창업주가 스쿠터를 타고 우산을 판매했던 초심을 되살려 모스크바, 도쿄 등 현지 전시회에 빠짐없이 발품을 팔면서 파소티 우산 의 심미성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파소티는 자사의 장점을 분석한 후 우산의 심미성과 미학적 아름다움을 극대화해 세계로 진출하기로 결 정했다. 그들은 디자인, 패브릭, 장식, 우산대, 손잡이로 나누어 각 부분별로 최고의 매력을 부여했다.

먼저 디자인을 업그레이드해 단순히 튼튼한 우산이 아니라 눈이 즐거운 우산을 만들었다. 

또한 우산 패브릭에서도 차별성을 강조했다. 파소티의 우산에서 호피는 평범한 디자인에 속할 정도로, 현대 미술회화에서나 볼 수 있는 화려하고 파격적인 색감의 다양한 패브릭이 존재한다. 외피와 내피의 이중 패브릭으로 우산살이 보이지 않는 것 도 특징이다. 장식 또한 스와로브스키 Swarovski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고가 음각으로 새겨진 골드 우산링 등 독특한디자인을 끌어냈 다. 우산대는 하나의 나무로 만들어진 싱글스틱을 채택해 내구성을 강화함과 동시에 기술력을 확보했다. 손잡이는 유일하게 외주 생산하 는 부분인데, 해골 모양의 손잡이처럼 오브제적인 성격까지 갖춘 수준 높은 미적 감각을 보여주고 있다.이처럼 각 부분을 하나씩 떼어놓고보아도 매력적인 구성들의 합을 통해 그 매력을 더욱 강화시킨것이 파소티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파소티 우산은 전 세계 50억 시장을 매혹시킨 글로벌 하이 엔드 브랜드다. 제품의 95퍼센트를 해외에 판매하며, 판매 국가는 무 려 55개가 넘을 정도다. 이전과 다른 접근, ‘기능’이 아니라 ‘디자인’이 라는필살기에 집중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한덩이 고기도 루이비통 처럼 팔아라(오우아, 2014)' 중에서]